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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 BUTTER/영상

211020:: 스타트렉 다크니스

 

 볼디님과 함께한 수밤시 세번째 영화 스타트렉 다크니스. 블록버스터 SF 영화답게 많이 터지고 많은 엑스트라들이 죽어나가고(…) 액션신도 화려하고 스케일도 크다. 더 비기닝도 여러모로 롤러코스터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영화는 33분안에 커크가 함장이었다가 강등됐다가 다시 함장 자리에 오르는 식의 파격적인 행보를 선사한다. 그럼에도 진행이 빠르다고 느끼지 못한 이유는 스토리 라인 때문일까 아니면 연출 때문일까.

 

 더 비기닝과 마찬가지로 같은 감독이라 그런가 여성의 성적 서비스 장면이 노골적으로 들어가있다. 굳이 이런 장면을 넣어야될까 싶은데 넣더라. 여전히 그 점은 참 아쉽다. 특히 전편부터 여성 대원들의 옷이 참 마음에 안 들었는데 칸이 전투기로 본부를 습격했을 때 다리를 다친 여성 대원을 잡는 장면은 웃기려고 이러나 싶었다. 전투기 무기에 인간은 속절없이 꿰뚫린다는 건 차치하고, 안그래도 많은 관객들이 저렇게 입으면 대치 속에서 다리가 먼저 노려질텐데 생각하는 상황에서 굳이…싶어서. 그나마 우후라가 전편보다는 좀 더 많이 활약했고, 그의 심리(그래봤자 애인인 스팍을 향한 거지만) 묘사가 들어간 것을 위안 삼아야할까. 스타트렉: 비욘드는 감독이 다르다고 하니 거기에 기대를 걸어본다.

 

 스토리는 적당히 재미있었기에 달리 할 말은 없지만, 보는 내내 죽을 위험에 처해도 커크의 말을 듣는 대원들이 눈에 띄었다. 나였다면 함장이고 함선이고 나발이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제일 먼저 탈출했을텐데 여기 대원들은 끈끈한 정인지 무언지 탈출하라는 스팍의 말을 거절하고, 커크의 무리한 요구까지 이행한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커크가 규율을 어겨서라도 모든 대원을 품고 가는 함장ㅡ, 욕을 먹고 강등되더라도 모두가 바라는 도덕(모두 살아나는 것)을 따랐고 그걸 항상 결과로 보여줬기에 그런 거 아닌가싶다. 그저 이상만 따르는 철부지였다면 모두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커크를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위해 초반에 스팍을 구하는 커크의 장면을 넣었겠지. 이런 점에서는 연출을 참 잘한 거같다.

 

 이번에도 역시 스타트렉을 잘 아는 분과 함께한지라 여러가지 정보를 들을 수 있었는데, 빨간 셔츠가 기술부 소속이라는 점을 듣고 보니 유달리 빨간 셔츠가 많이 죽는 이유는 함선을 기동하는데 중요한 부분— 즉, 적에게 공격당하기 딱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지 않나 싶었다. 함선을 기동시키는데에 중요한 부분이니 적에게 자주 노려진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을텐데 자랑스럽게 빨간 셔츠를 입고 기술부에 들어와 버티는 것은 직업 의식 때문일까 아니면 자존심과 자부심 때문일까. 그들이 멋져보이는 한편 속절없이 날아가는 빨간 셔츠에 슬퍼지기도 했다.

 

 전에 서술했다시피 유명한 것은 되레 멀리하는 홍대병이 자주 발발하는지라 스타트렉도 리부트로 처음 접하는 건데 왜 유명한지 알 것 같다. 이 영화의 스토리나 세세한 부분뿐만 아니라 색감이나 티키타카("인신 공격을 하는 거보니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하나보군"같은)도 소소하게 즐거웠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는 영화였다. 스타트렉: 비욘드도 기대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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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0:: 1인 가구 돈 관리

 

 경제는 아직도 나에게 너무 먼 분야다. 주식, 보험, 만기, 적금, 금융… 전문적으로 깊게 파고든 적이 없기 때문일까, 이런 용어들은 들을 때마다 색다르고 괜시리 발을 주춤거리게 된다.  돈이 모든 걸 좌우하는 자본주의 시대, 어머니 본인께서는 항상 자식들에게 경제 경영 책을 많이 읽어야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조언하셨지만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나이를 먹어가니 더 이상 이런 공부들을 차일피일 미뤄봤자 좋을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언제나 고매하신 나의 어머니에게 물어보면 답이 턱턱 나오겠지만 사람이 태어나면 죽는 것이 당연지사라, 언젠가 맞이할 독립을 위해서라면 한시라도 젊고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을 때 배워두는 게 상책이겠다 싶더라. 그래서 이 책을 폈다. 공아연 작가님의 1인 가구 돈 관리. SNS에서 유용하다고 한창 입소문이 떠돌 때 샀는데 이제야 펴본다니 참 늦게도 본다 싶지만 지금에서야 읽을 마음에 든 게 어딘가. 사실 경제를 좀 더 쉽게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2018년에 출간된 책인지라 코로나 19가 터진 지금은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몇 있다. 아마 여기 적힌 경제적 위기 시 대처 요령 중 몇가지는 지금 시국에는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이쪽 책은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 상황에 맞춰 제일 최신 걸 보는 게 좋지만 그걸 감안해도 금융 까막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도움이 된 정보가 너무 많은지라 하나만 콕 짚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일상의 크고 작은 행복들이 돈을 써야만 얻어지는 삶을 계속한다면 돈이 없다는 것이 바로 불행으로 이어지겠구나 싶었습니다.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한 걸 넘어서서 내 행복도 돈에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소비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위기감이 들었죠. 마냥 돈 쓰는 재미에 살다보니 좀처럼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이유도 물론 있었고요."라는 구절이 크게 와닿았다. 아마 나 또한 돈을 써야 행복해지는 인간이라 그럴 것이다.

 

 나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얼마나 많은 과소비를 일삼았나.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이 YOLO 인생이라고들 하지만 이 책에서 서술하듯 돈은 내가 인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유,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가져다준다. 내가 중시하는 현재의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기 전에 언제든 나를 지탱하고 자유를 가져다주는 버팀목을 마련해야하지 않을까. 이 책은 그를 위한 이정표가 되어주고 자신의 소비습관을 되돌아볼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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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 BUTTER/글

211014::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역사와 영화에 나온 보석을 다루고 지금도 회자되는 주얼리 아이콘과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책은 보석에 관해 궁금하다면 한번쯤 읽어도 좋을 정도로 엄청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2015년도에 나온 책이라 그런가 요즘은 지양하자고 말이 나오고 있는 처녀작같은 단어가 한두번씩 나오고 설명에서 나오는 보석이 아닌 같은 디자이너의 다른 보석을 참고 자료로 쓰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이건 책의 문제는 아닌데 이북 리더기는 이미지가 죄다 흑백으로 나와 보석의 찬란함과 광채를 엿볼 수 없다. 만약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싶다고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실제 책을 추천해줘야할 듯싶다. 개인적으로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 외에 어떤 광물로 긁히지 않아 서로에게 상처만 주지 않는다면 영원한 아픔 없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해석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이나 반지는 이집트의 파라오가 시작과 끝이 없는 '원'의 형태에 의미를 부여해 처음 사용했다는 식의 소소한 지식도 함께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은 플러스 요소가 됐다.

 

 이 책에서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라는 캠페인으로 로맨틱한 프로포즈를 선사해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준 은인임과 동시에 성공적으로 상징화시킨 다이아몬드의 희소성이 비극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한다. 그 캠페인 덕에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보석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남성은 자신이 사랑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로맨티스트라 과시함과 동시에 여성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사랑받고 있다 입증하는 용도가 되었으니, 그런 관점을 생각해보면 더 비싼 보석을 바치는 남자에게 여자가 넘어가는 건 흔한 일이자 당연한 일이었겠구나 싶다(실제로 그런 사례도 하나 보여줬고). 그런 치정적인 비극부터 광물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를 차지하기 위해 일으킨 전쟁까지.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드비어스의 마케팅 방식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 그가 전쟁을 지원하지는 않았더라도 공급을 조절해 수요를 창출한 경영 방식은 비판받아 마땅하며 오늘날에도 이와 같은 마케팅을 활용해 우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아무튼 벨 에포크 시대에 이루어진 상류층의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어 신선했다. 이 시대쯤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의 문화 통치를 받고 있었을텐데…하며 싸하게 식은 적도 중간중간 있었지만 영화나 역사, 유명인들의 보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보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테지만 아쉽게도 파고들정도로 좋아하는 건 아닌지라 무난하게 읽을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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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 BUTTER/영상

211013:: 스타트렉: 더 비기닝

 

 수요일 밤에는 시네마 두번째 작품 스타트렉: 더 비기닝. 볼디님이 시트에 보고 싶은 영화를 넣으시며 이미 본 걸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나는 유명하다싶은 작품에는 선뜻 손을 뻗지 않는 홍대병 기질이 있는 사람인지라 괜찮았다. 오히려 함께 영화를 본 볼디님이 중간중간 보충 설명을 곁들어주신 덕에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앞서 여성 캐릭터의 쓰임이 썩 훌륭하지는 않다는 말을 들은지라 그 부분은 감안하고 봤는데 여성을 훑는 시선이나 몰래 카메라를 찍는 듯한 구도, 여성 대원들은 전부 치마에 짧은 소매가 있는 원피스 형식을 입고있다는 점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특히 주조연으로 나오는 니오타 우후라 역의 조 샐다나 배우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가모라로 내가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볼디님 말로는 원작에서는 좀 더 쓰임새가 좋은데(그 시대 기저에 깔려있는 여성 혐오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 영화에서는 주연의 애인으로만 남았다며, 그 때문에 팬들의 원성이 크다는데 왜 사전에 이 영화의 감독을 싫어한다고 말씀하셨는지 단박에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치마에 하이힐을 신기지 않은 건 좋았다. 워낙 여성 캐릭터에게 하이힐을 신긴 걸 많이 본지라…. 누가보면 여성은 처음부터 하이힐을 신고 태어나는 줄 알 것이다.

 

 그 외 연출이나 스토리, 등장인물의 관계성과 파격적인 액션은 마음에 들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다양한 인종을 어우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는데 그 말을 하니 그게 원작의 내용을 반영해서 나온 것이라며, 냉전 시대에 러시아와 동양인 등의 여러 인종을 아우르는 소설을 써 그 당시 작가가 살인 예고 협박을 많이 받았다고 하셨다. 그런 걸 보면 명작은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이유가 있구나 싶다.

 

 또한 미래에서 온 스팍 배우가 옛 스타트렉 영화의 스팍 배우였다는 점도 감명깊었다. 나는 스타트렉 시리즈를 잘 모르지만 이렇게 팬들을 겨냥한 오마주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게 나오면 쉽게 감동받기 때문이다. 내가 스타트렉 팬이었다면 정말로 뭉클했을듯 싶다.

 

 좋아하는 사람과 영화를 보면서 야식을 먹어서 그런가 더 행복한 시간이었다. 시리즈 물은 끝날때까지 주마다 연속해서 보고 다음 시리즈를 보기 전에 내가 보고 싶은 영화 2~3편을 끼워 놓자고 미리 말을 맞추었는데 이런 조율조차도 마음이 맞으니 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욱 사랑스럽고 값졌다. 그리고 새삼 느낀건데 크리스 파인은 정말 잘생겼다. 그가 할로윈 파티에서 나체 초밥을 먹고 음주 운전만 하지 않았더라면 꽤 괜찮게 생각했을텐데, 이래서 서양 배우는 좋아하기가 두렵다. 아무튼 꽤 재밌었고, 볼만했다. 다음주에 볼 두번째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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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 BUTTER/만화

211012:: 오란고교 사교클럽

 10년도 더 된 작품임에도 여전히 명작이라고 칭송받는 애니 중 하나인 오란고교 사교클럽. 부잣집 자제들만 입학할 수 있는 오란 고교에 특별 대우 장학생으로 입학한 서민 하루히가 오란고교 사교클럽의 일원이 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다룬다. 한창 이 애니가 인기를 끌고 있을 때 투니버스가 '오란고교 사교클럽'이라는 제목으로 들여와 많은 오타쿠들의 분노를 샀던 걸로 기억하는데(※원 제목은 오란고교 호스트부) 지금 생각해보면 잘했구나싶다.

 

 호스트부를 사교클럽으로 번안했듯, 자막도 나름대로 신경 써 번역한 티가 보였다. 캐릭터는 분명 호스트가 되고싶다고 하고 있는데 자막은 멋진 남자가 되고싶다고 하는 등, 지금 시대의 가치관을 많이 반영한 것 같았다(9화에 나왔다던 문제의 하일 즈카부도 뺀 거 같았다. 그러나 내가 이걸 다른 일과 병행하며 틀어놓은지라 확실하지 않을 수 있음). 이런 번역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10년도 더 됐는지라 쎄해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예시는 많지만 일단 동성을 사랑하지 않는 여성은 남성과 남성의 금단의 향기가 느껴지는 사랑(소위 BL로 치부되는 것들)을 좋아할 수 밖에 없다는 정서가 너무 많이 깔려있어서 괴로웠다. 이건 아마 내가 여성 오타쿠로 살아오면서 BL를 좋아할거라는 편견에 화를 당한 적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명작이라고 회자되는 이유는 연출의 탓이 크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바에 의하면(주워들었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을 수 있음) 제작할 당시 예산을 적게 받았는데 그걸 메우려고 하다보니 이런 연출이 나왔다는 말이 있다. 그걸 알고 보면 한 컷이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기만 하거나 몸은 그대로 두고 팔다리만 움직인다거나하는 등 정작 작품 내 캐릭터들의 동세가 엄청 적다는 걸 알 수 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움직임을 연출과 카메라 전환으로 메꾸다니… 특히 1화의 전구, 이상한 나라의 하루히, 쌍둥이가 연 문, 언젠가 호박이 되는 날까지, 그리고 쿄우야는 만났다, 이것이 우리들의 오란제는 길이길이 회자될만하다.

 

 남자와 여자에게 부여된 성고정관념 대사가 많이 나오지만 연출에서부터 캐릭터들의 관계성, 섬세한 심리묘사, OST, 오프닝과 엔딩곡까지 뭣하나 빠지지 않는 애니였다. 심지어 마지막 부분은 오리지널 전개라던데 비판을 받기 쉬운 오리지널 전개치고는 현재까지도 입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 정말 본즈가 만든 명작 중 하나라는 말이 손색이 없을 정도다. 뭣보다 하루히가 너무 좋았다…. 지분(自分)이라는 1인칭도, 언제나 침착한 모습도,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도…… 옆자리 괴물군의 미즈타니 시즈쿠와 같이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눈치가 빠르지만 연애쪽으로는 그 눈치가 발휘되지 않는 특성의 여주인공은 언제나 옳다. 다른 여주인공도 좋지만 이런 여주인공도 많이 나왔음 좋겠다. 날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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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7:: 사악한 여왕

 세레나 발렌티노 작가님이 쓴 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 첫번째, 사악한 여왕. 악역의 서사를 다루고 있으며 백설공주 이야기를 이블퀸의 시점으로 진행한다. 읽기 전, 휘황찬란한 표지에 비해 스토리는 별로라는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기대를 내려놓고 읽었는데 그랬음에도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정말 별로였던 부분은 악역을 재조명하고 있으면서 그 뒤에 또 다른 악역을 세웠다는 점이다. 결국 마녀가 만들어진 이유는 또 다른 마녀가 있기 때문이었다. 경제적 관점에서 말해보자면 이런 악당 시리즈가 나온 이유는 공주들 못지않게 그들이 인기를 얻어 돈벌이가 되기 때문일텐데 그럼 작중에 나온 마녀들도 인기가 많아지면 또 그들의 서사를 재조명하는 책을 낼 셈인걸까. 악역의 굴레가 따로 없다.

 

 그리고 작중의 이블퀸은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왕의 사랑으로 충당한다. 하지만 그가 전사해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자 거울 속에 있는 아버지의 영혼에게 돌아가 그에게 인정받기위해 아름다움에 집착하고, 그리해 점점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이블퀸이 갈구했던 사랑을 남녀간의 사랑으로 대체할 수 있었으면서 어째서 우정에서 비롯한 사랑은 대신할 수 없었을까. 작중내내 베로나와 백설공주는 여왕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건넸고 이블퀸 또한 그들을 사랑했다. 왕이 죽는다고 베로나와 백설공주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들을 내치며 파멸의 길을 걸은 이블퀸의 행보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어머니가 일찍 사망하여 모녀간의 정을 트지 못했기 때문에 남자에게 집착하게 된 걸까?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별로지 않나…, 어떻게든 악당으로 만들기 위해 여자 사이에 피어나는 사랑은 배제하고 남녀간의 사랑에만 치중한 느낌이다. 이게 우정은 사랑보다 못하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무언가.

 

 디즈니를 사랑하고 현재 악역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이 주연인 게임을 하고 있다보니 은연중에 기대가 컸던 걸까, 아버지에게서 받은 모진 구박을 시초로 삼고 싶었다면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계속 생각하게 된다. 아니면 처음부터 돈과 명예를 보고 결혼한 여성으로 만들어 이야기를 진행하는 편이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 총체적으로 아쉬운 책이었다. 공식에서 낸 책이지만 그냥 외전격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알고 있는 미(美)에 집착하고 그를 위해서라면 딸마저 죽여버리는 무정하고 야망있는 여자로 계속 기억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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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6:: 아랍 블루스

 

 볼디님과 함께하는 수요일 밤에는 시네마의 첫번째 영화 아랍 블루스. 왓챠에서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 살다 튀니지로 돌아온 셀마가 옥상에서 상담소를 연 이야기인데, 이민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여성이 겪는 차별,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일상에 녹여냈다. 금욕적이고 성스러운 이미지의 종교를 이용하여 종교 밖 사람들을 억압하고, 신의 뜻대로라 칭하며 곪아가는 사회를 가만히 냅두는 체재를 보며 종교와 신앙, 믿음이란 무엇인지 생각했다. 옳지 않다는 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것 또한 신의 뜻이라 여긴다면 그는 믿을 가치가 있는걸까.

 

 개인적으로 모두가 배척하지만 동시에 선망하는 프랑스에서 고향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보고자 나선 셀마가 일면식 없는 사람 앞에서 여태까지 당한 일을 토로하며 울다가 자신이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 왜 고향으로 내려왔는지 깨닫는 연출이 좋았다. 셀마가 그랬듯이 그들도 셀마를 모르기에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을테니까…. 심리학 의사가 만든 게임인 헬프 미에서 의사와 환자는 가까워지면 안된다는 스크립트가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쩌면 이 이유에서인지도 모르겠다.

 

 별개로, 이건 아주 조심스럽고 민감한 문제지만, 보통 트랜스젠더나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은 종종 사회에서 답습하는 여성상—드레스나 레이스 팬티같은 것들—을 동경하고 그걸로 몸을 치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정적인 여성상을 타파하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고 외치는 요즘에는 그건 성이 아닌 취향의 문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현대의 남성이 코르셋을 조이며 예쁜 인형이나 공주처럼 있는 것을 우상으로 여긴다면 그는 그때도 여성이 되고싶어할까? 그를 조명하고 표현하는 매체의 잘못인 걸까? 나는 아직 젠더론이 어렵다. 공부가 부족하다는 뜻이겠지….

 

 영화 얘기로 돌아가서, 작중 내내 셀마가 받은 부당한 대우에 안타까웠는데 끝내는 잘돼서 다행이다. 사실 결말 부분이 빨리 지나가서 아쉬웠는데 볼디님이 프랑스 영화가 이만하면 기승전결이 확실한 거라 하셔서… 납득했다. 느린 행정절차에도 결국 빛을 본 셀마처럼 뭐든 인내하면 복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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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8:: 새를 잊은 마녀에게 후기

!! 모든 후기 스포 주의 !!

 

 

 적독 청산 프로젝트 첫번째, 〈새를 잊은 마녀에게〉. 적독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새 책을 읽는 짜릿한 맛을 잊을 수 없었기에 새 책은 공부하는 틈틈히 읽고 적독은 자기 전에 읽겠노라 호언장담을 했는데 효율적인 방법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은 예전에 한번 읽었다가 멈춘 적이 있는 책으로, 예전에 이 책을 사준 친구에게 '남자 주인공 시점이라 읽기가 힘들다'고 한 바 있는데, 다시한 번 천천히 읽어보니 이 책은 남자 주인공 시점이기 때문에 빛난다는 것을 알았다.

 

 새를 잊은 마녀에게, 교활하지 못한 마녀에게의 연작인 로맨스 판타지. 마녀가 있는 스팀펑크 세계관으로, 대륙 잉그람을 배경삼아 <공정한 알피어스>의 후계자 빅토리아 알피어스와 잉그람의 하나뿐인 왕자 알렉 아크라이트의 사랑과 해방을 다룬 이야기다.

 

 앞에서 서술된 바와 같이 이 소설은 로맨스 판타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남자 주인공 시점이다. 첫 문장부터 알렉 아크라이트 왕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축복속에 태어나 어떤 망나니로 자랐는지 보여주는 문장들이 나열된다. 그 점이 다소 생경할 수 있겠으나 이 소설을 완독하면 왜 이야기가 알렉의 시점으로 진행됐어야 하는지 납득이 된다. 본디 소설이라함은 대부분 목표를 찾아 이루어나가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세운다. 무엇이든 확고한 사람보다는 미숙하여 고뇌하는 성정의 주인공을 내세우는 편이 좀 더 다채로운 이야기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런 의미에서 빅토리아 알피어스는 시점의 주인공이 되기에 부적합하다. 그는 투텔의 저항군을 몰살시키며 든 회의감으로 더이상 자신을 구속할 수 없는 머나먼 대륙으로 떠나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다. 그 확신에는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다. 그 예로 절친인 시에나와 자신의 이모인 수리 알피어스조차 말리지 못하지 않았는가. 휴고 알피어스가 저 너머 대륙에 가면 뭐가 있을지 모른다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까닭은 빅토리아 알피어스가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는 걸 파악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곳에 날 억압하는 것이 있다면 무참히 깨부술 것이다.
"누구든 상관없어요. 여신이라면 죽일 거고, 하늘이라면 찢을 거예요. 나는 할 수 있어요."
멋모르고 덤비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는 순종하지 않으리라. 굴종하여 목숨을 부지하느니, 차라리 이 한목숨 거기서 끝내는 편이 나았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매여 개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 새를 잊은 마녀에게 中

 

 한편 알렉 아크라이트는 왕실이 저지른 기만과 부정의 상징으로 모든 진실을 깨우친 그날부터 제 머리 위에 있는 왕관을 벗어던지고 자유를 찾고 싶어했다. 빅토리아와 같은 목표이지만 그에게는 확신과 용기가 부족했다는 점이 흠이다. 작중에서 서술된 것처럼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니 이만한 호사에 자유면 남는 장사라 자신을 위안하면서 생을 살아왔다. 자유를 꿈꾸면서도 일평생 누렸던 모든 것을 쉬이 놓을 수 없는 사람이 알렉이다.

 

 그래서 알렉이 시점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그가 빅토리아를 만나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리해 어떠한 결말을 맞이하는지 서술하는 편이 다채로운 분위기와 몰입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저항이래봤자 대학을 빼먹고 술과 사냥에 빠져 사는 것밖에 못했던 알렉이 모든 진실을 공표하고 자유를 위해 한발자국 나아간 것에 빅토리아의 영향이 아주 지대했음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원하는 것이 있으면 쟁취해야 한다. 갈망하는 것이 있다면 맞서야 한다. 개처럼 묶여서 평생을 사느니, 죽음을 무릅쓰고 목줄을 끊어 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 내게 가르쳐 준 것.
─ 새를 잊은 마녀에게 中

 

 빅토리아의 별은 겨울의 별 발디비아지만 알렉의 별은 빅토리아다. 겨울의 별 발디비아가 어디에서나 자신을 비추고 있을 것이니 미지의 세계도 두렵지 않다고 말한 빅토리아처럼 알렉 또한 빅토리아가 제 옆에 있다면 어디라도 두렵지 않을터다. 같은 처지지만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을 미워할수도 있을지언데, 알렉은 그를 사랑하기로 했다. 사랑하면서까지 이기적이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나도 너의 족쇄였니?"
─ 새를 잊은 마녀에게 中

 

 사랑, 마법으로도 피워내지 못하며 과학으로도 흉내내지 못하는 신비. 마녀들이 개인적인 성정을 띄고 있다는 걸 다시금 되새겨보면 작중의 인물들이 내세우는 사랑은 더욱 더 값지고 소중하다. 시에나가 먼 대륙으로 떠나려는 친구를 책망했던 일이나 수리가 혹여 자신도 조카를 붙잡는 족쇄였을까봐 전전긍긍한 일, 휴고가 하나뿐인 제자를 위해 알피어스의 인장을 훔쳐 달아난 일이나 찰리가 제발 알렉을 살려달라며 부랴부랴 가져온 보석을 쏟아낸 일까지. 비단 주연들뿐만 아니라 조연들도 나름의 사랑을 했고, 사랑은 그들을 풍요롭게 만드는 매개체이자 이별을 보다 찬란하게 비추는 별이됐다. 

 

빛 한 줄기 들지 않던 조그만 섬.
잿빛 구름으로 뒤덮인 밤하늘에서 우산을 나눠 쓴 연인이 천천히 내려왔다. 그들이 꿰뚫고 지나온 구름의 틈새로, 겨울의 별 발디비아의 별빛이 서서히 드리워진다. 사랑하는 딸의 앞날을 축복하듯, 밤하늘 수억 별이 보태는 영원한 기원을 담아.
─ 새를 잊은 마녀에게 中

 

 많은 사랑에서 비롯한 성장과 행복과 투쟁을 그려낸 책 〈새를 잊은 마녀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인 세계관이었기에 이를 이제 보내줘야한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작품으로 전작의 주인공인 디아나와 세드릭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처럼, 빅토리아와 알렉도 언제나 승리(victory)하며 살아갈 것을 알기에 섭섭함은 뒤로하고 그들의 앞날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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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 BUTTER/게임

210929:: Röki 후기

!! 모든 후기 스포 주의 !!

 츠미게 밀기 프로젝트 첫번째가 된 로키. 스칸디나비아 지역 전설을 모티브로 한 게임으로 우리에게는 북유럽 신화가 좀 더 친숙하겠다. 북유럽 신화에 관한 지식이 뒤떨어지는 현실이 아쉬울 일은 잘 없었는데, 위그드라실에서 파생된 뿌리 모양의 포탈덕에 신화를 좀 더 잘 알았더라면 이 게임을 더 즐길 수 있었을텐데 싶었다. 그만큼 기존의 신화를 재구성하여 스토리와 엮는 실력이 탁월했다. 

 

 작중 내내 토베의 목표는 동생인 라스를 되찾는 것이었지만 그 과정 중에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극복해내고 다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해졌다. 토베의 가정은 어머니의 상실을 시작으로 알음알음 무너져 갔다. 토베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아버지가 물려준 어머니의 유품을 전부 우물 바닥으로 던져버리는가하면 아버지는 슬픔에 잠겨 자식을 돌봐야하는 부모의 의무를 져버리고 술에 취해 잠만 자기 일쑤였다. 물론 그때 토베의 나이를 생각하면 장녀에게 모든 걸 떠맡긴 아버지의 죄가 조금 더 크지 않나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토베는 아버지와 라스를 받아들인다. 가족이기 때문에, 그리고 유품을 던진 자신의 실책을 아버지가 뒤집어쓰고 원망을 묵묵히 감내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구하는 일이 잘못된 것일리 없다는 토베의 말은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다. 설령 토베가 자신의 동생을 위해 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숲속에서 수호자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을 도와주면서 토베 자신도 성장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은 세상을 좀 더 바르게 이끄는 일이자 자신의 성장을 함께한다는 말이 아닐까.

 

 3장에서 자식들을 구하러 온 헨릭과 토베를 바꿔가며 퍼즐을 푸는 방식은 이 게임이 전달하고자하는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 그리고 협동을 잘 드러냈다. 토베 한명이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거라고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무너진 집에서 정신을 차리고 토베와 라스를 부르며 숲을 넘고 호수를 건너 성에 도달한 헨릭의 합류는 긍정적인 의미로 소름이 끼쳤다. 이만치 모티브가 되는 신화를 잘 유지하면서 전달하고자하는 주제를 시스템적으로 구축해낸 게임이 있었던가. 3장의 맵은 길치와 방향치인 내 입장에서 조금 힘들었지만, 둘의 협동에서 묻어나오는 사랑에 애틋해진 것도 사실이다.

 

 결국 토베는 많은 이들을 구하며 얻은 진실로 거짓을 타파하여 로카의 마수를 뿌리친다. 그리고 장녀로서 많은 것들을 짊어지느라 힘들었을 토베가 왜 그리 라스를 외치며 구하려하는지 보여준다. 이미 스러져버린 생명 속에 피어난 경의. 토베에게 라스는 남동생일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남긴 유산이었다. 토베는 이를 다시 상기하고 어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남기면서 더 이상 무너져버린 가정에서 살지 않겠다고, 당신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가족을 바로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한 것 아니었을까.

 

 우수한 그래픽과 BGM, 그리고 스토리를 겸비하고 있지만 모든 게임이 완전무결할 수는 없듯이 이 게임 또한 나름의 단점이 있다. 일단 키가 너무 불편했다. wasd로 움직이고 쉬프트로 뛰며 엔터로 스크립트를 넘기고 I로 아이템 창을 J로 저널 창을 연다. 후에 가서는 전환키로 스페이스바가 추가되며, 아이템을 쓰려면 I로 가방을 연 다음 원하는 아이템을 엔터로 꾹 누르고 wasd로 원하는 곳에 끌어둬야한다. 시점 변화도 썩 우수한 편은 아니다. 어느 특정 부분을 지나면 자기 마음대로 카메라 위치를 바꿔 시점을 변경하는데 덕분에 도달하고자하는 곳으로 가다가 시점이 변환되면 내가 의도하지 않은 쪽으로 꺾여버린다. 플레이야의 시야를 가리는 물건들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엔딩을 본 이유는 마우스 좌클릭 버튼이 엔터를 대신한다는 깨달음 덕이기도 하지만, 토베가 마주할 결말이 어떨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연코 장담하건대, 이 게임은 불편한 키와 시점 변환을 차치하고서 할 가치가 있다.

 

총 플레이 타임은 10시간, 도전 과제를 전부 모으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 사실 여지껏 편모가정의 아들은 불량배 설정을 받는 한편, 편부가정의 딸은 가정의 모든 걸 짊어지는 설정을 받은 걸 너무 많이 봐왔던지라 아직도 헨리가 용서가 되질 않는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족의 잘못과 실책을 용서하고 살듯이 토베 또한 자신의 잘못을 짊어지고 헨리를 용서하기로 한 건 아닐까.

 

 칼로 많은 상황을 무찌르고 대범하게 등반하여 길을 뚫는가 하면 많은 이들을 도우며 당당하게 "누군가를 구하는 게 잘못된 일일리가 없다"는 말을 남겨준 강인한 토베가 굉장히 인상깊고 그의 성장에 찬사를 보내고 싶은 게임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영향을 받은 수호신들도 그들이 신에 필적하는 존재들이지만 완벽하지는 않다는 걸 보여줘 좋았다. 이미 떠나버린 사람을 가슴속에 품고 나아가기로 한 강인한 토베여,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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