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디님과 함께한 수밤시 세번째 영화 스타트렉 다크니스. 블록버스터 SF 영화답게 많이 터지고 많은 엑스트라들이 죽어나가고(…) 액션신도 화려하고 스케일도 크다. 더 비기닝도 여러모로 롤러코스터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영화는 33분안에 커크가 함장이었다가 강등됐다가 다시 함장 자리에 오르는 식의 파격적인 행보를 선사한다. 그럼에도 진행이 빠르다고 느끼지 못한 이유는 스토리 라인 때문일까 아니면 연출 때문일까.
더 비기닝과 마찬가지로 같은 감독이라 그런가 여성의 성적 서비스 장면이 노골적으로 들어가있다. 굳이 이런 장면을 넣어야될까 싶은데 넣더라. 여전히 그 점은 참 아쉽다. 특히 전편부터 여성 대원들의 옷이 참 마음에 안 들었는데 칸이 전투기로 본부를 습격했을 때 다리를 다친 여성 대원을 잡는 장면은 웃기려고 이러나 싶었다. 전투기 무기에 인간은 속절없이 꿰뚫린다는 건 차치하고, 안그래도 많은 관객들이 저렇게 입으면 대치 속에서 다리가 먼저 노려질텐데 생각하는 상황에서 굳이…싶어서. 그나마 우후라가 전편보다는 좀 더 많이 활약했고, 그의 심리(그래봤자 애인인 스팍을 향한 거지만) 묘사가 들어간 것을 위안 삼아야할까. 스타트렉: 비욘드는 감독이 다르다고 하니 거기에 기대를 걸어본다.
스토리는 적당히 재미있었기에 달리 할 말은 없지만, 보는 내내 죽을 위험에 처해도 커크의 말을 듣는 대원들이 눈에 띄었다. 나였다면 함장이고 함선이고 나발이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제일 먼저 탈출했을텐데 여기 대원들은 끈끈한 정인지 무언지 탈출하라는 스팍의 말을 거절하고, 커크의 무리한 요구까지 이행한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커크가 규율을 어겨서라도 모든 대원을 품고 가는 함장ㅡ, 욕을 먹고 강등되더라도 모두가 바라는 도덕(모두 살아나는 것)을 따랐고 그걸 항상 결과로 보여줬기에 그런 거 아닌가싶다. 그저 이상만 따르는 철부지였다면 모두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커크를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위해 초반에 스팍을 구하는 커크의 장면을 넣었겠지. 이런 점에서는 연출을 참 잘한 거같다.
이번에도 역시 스타트렉을 잘 아는 분과 함께한지라 여러가지 정보를 들을 수 있었는데, 빨간 셔츠가 기술부 소속이라는 점을 듣고 보니 유달리 빨간 셔츠가 많이 죽는 이유는 함선을 기동하는데 중요한 부분— 즉, 적에게 공격당하기 딱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지 않나 싶었다. 함선을 기동시키는데에 중요한 부분이니 적에게 자주 노려진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을텐데 자랑스럽게 빨간 셔츠를 입고 기술부에 들어와 버티는 것은 직업 의식 때문일까 아니면 자존심과 자부심 때문일까. 그들이 멋져보이는 한편 속절없이 날아가는 빨간 셔츠에 슬퍼지기도 했다.
전에 서술했다시피 유명한 것은 되레 멀리하는 홍대병이 자주 발발하는지라 스타트렉도 리부트로 처음 접하는 건데 왜 유명한지 알 것 같다. 이 영화의 스토리나 세세한 부분뿐만 아니라 색감이나 티키타카("인신 공격을 하는 거보니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하나보군"같은)도 소소하게 즐거웠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는 영화였다. 스타트렉: 비욘드도 기대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