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레나 발렌티노 작가님이 쓴 디즈니의 악당들 시리즈 첫번째, 사악한 여왕. 악역의 서사를 다루고 있으며 백설공주 이야기를 이블퀸의 시점으로 진행한다. 읽기 전, 휘황찬란한 표지에 비해 스토리는 별로라는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기대를 내려놓고 읽었는데 그랬음에도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정말 별로였던 부분은 악역을 재조명하고 있으면서 그 뒤에 또 다른 악역을 세웠다는 점이다. 결국 마녀가 만들어진 이유는 또 다른 마녀가 있기 때문이었다. 경제적 관점에서 말해보자면 이런 악당 시리즈가 나온 이유는 공주들 못지않게 그들이 인기를 얻어 돈벌이가 되기 때문일텐데 그럼 작중에 나온 마녀들도 인기가 많아지면 또 그들의 서사를 재조명하는 책을 낼 셈인걸까. 악역의 굴레가 따로 없다.
그리고 작중의 이블퀸은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왕의 사랑으로 충당한다. 하지만 그가 전사해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자 거울 속에 있는 아버지의 영혼에게 돌아가 그에게 인정받기위해 아름다움에 집착하고, 그리해 점점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이블퀸이 갈구했던 사랑을 남녀간의 사랑으로 대체할 수 있었으면서 어째서 우정에서 비롯한 사랑은 대신할 수 없었을까. 작중내내 베로나와 백설공주는 여왕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건넸고 이블퀸 또한 그들을 사랑했다. 왕이 죽는다고 베로나와 백설공주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들을 내치며 파멸의 길을 걸은 이블퀸의 행보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어머니가 일찍 사망하여 모녀간의 정을 트지 못했기 때문에 남자에게 집착하게 된 걸까?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별로지 않나…, 어떻게든 악당으로 만들기 위해 여자 사이에 피어나는 사랑은 배제하고 남녀간의 사랑에만 치중한 느낌이다. 이게 우정은 사랑보다 못하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무언가.
디즈니를 사랑하고 현재 악역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이 주연인 게임을 하고 있다보니 은연중에 기대가 컸던 걸까, 아버지에게서 받은 모진 구박을 시초로 삼고 싶었다면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계속 생각하게 된다. 아니면 처음부터 돈과 명예를 보고 결혼한 여성으로 만들어 이야기를 진행하는 편이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 총체적으로 아쉬운 책이었다. 공식에서 낸 책이지만 그냥 외전격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알고 있는 미(美)에 집착하고 그를 위해서라면 딸마저 죽여버리는 무정하고 야망있는 여자로 계속 기억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