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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 BUTTER/영상

211115:: 완다비전

 

 나에게 MCU 캐릭터 중에서 제일 안타까운 사람을 골라보라고하면 주저없이 완다를 선택할 것이다. 부모님 사망 후 의지하고 있던 오빠를 잃고, 그 다음으로 공감대를 쌓던 애인마저 잃었으니. 가족들은 타인에 의해 죽었다고 하지만 애인은 대의를 위해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했고, 그런 그를 적이 다시 살려 죽이는 꼴을 봐야했을 완다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감히 헤아릴수도 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제작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또 어떤 시련이 완다에게 닥칠까싶어 가슴이 아팠다. 인피니티워에 놀랐다가 엔드게임에 분개한 사람인지라 더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제일 슬펐던 점은 일반인조차 히어로의 생사를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범접할 수 없는 상대와 싸우는 초인들인지라 그럴까. 이런 점을 염두했을 때 MCU의 히어로들은 화제성을 띄는 연예인과 사람의 생사를 책임지는 공무원의 속성을 둘 다 띄고 있는 것같다. 나는 일반인인지라 그들의 심정을 완전히 헤아릴수는 없다만 최근 금쪽상담소에서 최진실 씨의 아들 최환희 씨가 자신만 보면 모두 힘내라고 말한다며, 무슨 의미로 말하는 건지는 알지만 점점 그게 듣기 싫어진다고 말한 바 있고, 송선미 씨는 '남편의 부고를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그 사건을 어떻게 전달해야할지 모르겠다. 외국으로 가야하나 생각한 적도 있다'고 한 것을 보아 동료 혹은 가족의 죽음을 모두가 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겠구나 생각한 적 있다. 그 상황속에서 나라는 히어로들에게 경외와 두려움의 시선을 보내고 예측할 수 없는 그들의 힘을 휘두르려하며 일이 잘못돼 사상자가 나오면 지키지못한 그들의 탓이라고 말하기까지한다. 초인이지만 동시에 사람인 이들이 어떻게 그걸 버틸 수 있을까.

 

 완다는 그런 현실을 악몽으로 치부하고 싶었을테고, 결국엔 잘 해결되리라 믿고픈 마음을 시트콤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한 걸지도 모른다. 영원한 행복이자 웃음이 넘치는 그곳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생각없이 웃는 삶을 살고 싶었던 소망. 그런 마음을 먹을 때까지 완다가 어떤 감정을 곱씹었을지 생각하면 안타깝고 먹먹하다. 우연히 초능력을 얻어 대두되지 않은 최강자 중 하나의 자리를 얻었지만 완다는 그저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이었을 뿐인데. 하물며 애도란 결국 계속 사랑하는 것이라는 비전의 말을 가슴 속에 품고 다른 건 다 필요없으니 장례식만 치뤄달라, 그의 시신을 묻고 싶다는 완다 앞에 오체분시된 애인을 보여주기까지 했으니… 세상이 완다에게 너무 잔인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인생에는 다 규칙이 있잖니. 편해지자고 마음대로 나이를 먹을 순 없어. 죽음을 되돌릴 수도 없고. 아무리 슬퍼도 말이야. 알았지? 어떤 것들은 영원하단다."라고 본인 입으로 말하는 것을 보아 완다 본인도 이 일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을텐데도 더 이상 현실을 버틸 수 없어 도피를 강행하는 걸로 보여 가슴이 찡했다.

 

 그래서 완다가 자기 대신 악몽 속에 갇혀있는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외치고, 제가 가꾼 환상들이 흩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다시 한번 비전과 이별을 맞이하는 모습이 얼마나 비참하면서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애도란 결국 사랑하는 것이라는 비전의 말처럼 이제는 제 옆에 없을 부모님과 형제, 그리고 애인과 자식들을 계속해서 기리며 그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겠지. 그게 완다가 터득한 가족은 영원하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라는 점이 슬프지만 살아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이자 건강한 방법일 터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완다의 행복을 바라기 때문에 MCU 세계관에서 히어로들의 복지를 좀 챙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토리로 말이 길어졌는데 드라마의 연출도 꽤 좋았다. 특히 화면비로 시트콤의 연도가 다르다는 걸 알려주고, 자주 쓰이는 화면비와 교차하여 현실을 오가는 방식은 이 드라마의 아이덴티티로 남을법했다. 제인의 인턴에서 천체물리학 박사가 된 달시와 어머니 마리아 램보를 잃은 모니카를 보여주면서 블릿의 영향이 히어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크게 미쳤다는 것을 알려준 것도 좋았다. 특히 모니카 램보의 등장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연대와 공감으로 이어져 이별이 있으면 만남도 있다는 영원불멸의 진리를 깨우치게하는 듯했다.

 

 한편으로는 모니카 램보의 각성과 완다의 완전한 성장이 드라마로 이루어진 점, 그리고 악역인 애거사 하크니스가 차후에 나올 시리즈에도 등장할 것 같다는 점 때문에 '안그래도 볼 게 많은 세계관인데 이제는 드라마까지 챙겨봐야겠구나…'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꽤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작품이니 갑자기 디즈니가 부도나지 않는 한 세계관은 점점 더 확장될테고, 그럼 결국 내가 그것들을 전부 챙겨보던지 아니면 이 세계관에 흥미를 잃어 놓던지 둘 중 하나로 끝을 맺을 거란 걸 알고 있음에도 이런 부분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한편으로 끝나지만 드라마는 회차가 많기 때문에 그런 걸까. 회차가 많은 만큼 긴 감정선을 보여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영화도 따라가기 벅찬 마당에 드라마까지 따라가야하다니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엔드게임 때 원년멤버인 나타샤를 그렇게 보낸 것에 욕이란 욕을 다 했으면서 디즈니 플러스가 나오자마자 런어웨이즈와 완다비전을 보고싶은 컨텐츠로 찍은 걸 보면 계속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 세계관을 소비할 듯싶다…. 이제와서 놓아버리기엔 내가 사랑하는 히어로들이 너무 많다… 이건 뭐 개미지옥도 아니고.

 

 아무튼 참신한 연출과 함께 완다가 죽음을 수용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 기뻤다. 한번쯤은 완다의 속내를 파헤치고 싶은 사람이었기에 더더욱 이 드라마가 반가웠다. 이걸 봤으니 이대로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도 보러가야겠구나 싶지만 덕분에 성장한 완다가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나 어떤 역경을 딛을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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