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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 BUTTER/영상

211113:: 생쥐 구조대

 

 친구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함께 보게 된 영화. 나의 첫 디즈니 플러스 영화다. 생쥐들의 '국제 인명 구조 협회'에서 일하는 버나드와 헝가리 대표인 비앙카가 '악마의 골짜기'에 끌려가 보물찾기에 이용당하고 있던 페니의 구조 요청에 응답하여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로 1970년대에 제작됐다. 고전 영화라는 점 때문에 이미 감안은 하고 있었으나 역시나 그 시대상의 여성 혐오가 뚜렷하다. 꽤 젊고 아름다운 측에 속하는 비앙카가 '국제 인명 구조 협회'의 마돈나라는 점이나 여성은 이런 위험한 일을 감당해내지 못할 거라 말하는 생쥐들. 둘이 맡은 것이 잠복 임무임에도 향수를 뿌리고, 비행기는 꼭 연착된다는 불확실성을 믿으며 여러 짐들을 챙기느라 늦은 비앙카… 생쥐 구조대 소속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성은 꾸미느라 임무를 뒷전으로한다는 시선이 보여 웃음이 나왔다. 암컷이라는 이유만으로 임무를 혼자 맡지 못했음에 분개하지도 않고 마치 그 의견을 뒷받침하는 것마냥 위기에 빠진 비앙카를 백마탄 왕자님처럼 계속해서 구해주는 버나드는 덤. 그 시대만의 나이브함이 기저에 깔려있었다.

 

 그렇지만 고전 애니메이션 특유의 거친 붓터치가 느껴지는 배경이나 등장인물들이 행동할 때마다 그에 맞춰 바뀌는 음악(바짝 긴장한 채 살금살금 걸으면 느린 템포의 노래가 나오고 도망갈 때는 빠른 템포의 노래가 나온다), 2D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된 몸짓과 그들을 이루는 스케치 선들이 어릴적 봤던 디즈니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개인적으로 디즈니의 3D 애니메이션보다는 2D 애니메이션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이 나의 감성을 자극했고, 뚜렷한 인과응보식의 결말 또한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괜시리 신선하게 다가왔다. 욕망에 가득 차 다이아몬드를 위해 어린애마저 이용하는 마담 메두사의 행보는 눈쌀이 찌푸려졌지만 어릴 때에는 무서워하기 바빴던 악역에게 이런 감상을 남길 정도로 몸과 마음이 성숙해졌구나 느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나온 디즈니 악역들에게는 운전을 거칠게 해야한다는 법칙이라도 있는 걸까? 마담 메두사가 운전을 거칠게 할 때 101마리의 달마시안에 나오는 크루엘라가 생각나서 미소가 지어지더라.

 

 비교적 크기가 작은 생쥐들에게 맞춘 물건들 또한 영화에 재미를 더해줬다. 새가 비행기이자 기장으로 나왔던 점이나 안전 좌석이 통조림 모양인 점, 배는 나뭇잎 모양이고 그걸 이끄는 건 날개달린 곤충인 점 등. 주토피아 때도 생각했지만 인간이 아닌 주연들에게 맞춘 소품 아이디어는 아기자기함으로 귀여움을 불러일으키고 사람을 즐겁게 해준다. 

 

 장단점이 뚜렷한 영화였지만 악어에게도 지지않고 용감하게 맞섰던 페니가 결국에는 자기가 원하는 가족을 얻은 엔딩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페니가 많은 일을 겪었음에도 굴하지 않고 희망을 쫓아 그걸 손에 쥐었듯,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의 입을 빌려 세상은 좀 더 나아질 것이고, 희망을 쫓는 건 나쁜 게 아니며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결국에는 잘 될거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중간에 나오는 자장가 같은 곡, someone's waiting for you에서도 항상 작은 기도를 주머니에 넣어두라고, 그러면 분명 빛을 볼 거라고 믿음을 가지라고 하지 않던가. 마지막즈음 강풍에 날지 못하던 오빌이 뒤로 밀려 떨어져도 결국 날았다는 점에서 그런 교훈을 확고히 주고자한 인상이 강했다. 감성이 오글거림으로 무참히 짓밟히는 시대, 이런 교훈적인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얘기하면 몰매를 맞기 쉽상이지만 오랜만에 맛본 동심과 교훈이 담긴 인과응보식 이야기는 어릴적 내가 디즈니에 열광했던 이유를 상기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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