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rgotton Anne. 양말 한 짝, 지우개, 전구… 사람들에게서 잊혀진 모든 물건들이 모이는 포가튼 랜드에서 집행자인 앤(Anne)을 조종하며 저항군의 실마리를 찾고, 이 세계의 진실을 알아가는 내용이다. 약간의 스팀펑크가 가미된 세계관에 오케스트라단이 연주한 BGM, 거기에 한장한장 그린 것 같은 섬세한 애니메이션의 콜라보가 플레이어의 눈을 사로잡지만 잊혀진 물건들이 모이는 세계에 인간이 존재하는 의미를 생각하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이야기라는 걸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이 게임의 섬세한 애니메이션과 그에 걸맞는 스토리, 웅장한 BGM과 플레이어를 트롤리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스토리가 좋았다. 특히 애니메이션이 어찌나 섬세한지 새 장소에 도착하면 앤이 치마를 두번 털거나 괜히 아니마가 충전된 장갑을 조정하고, 뛰다가 힘이 부칠 때는 헉헉대는 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 플레이어가 질리지 않게 즐거움을 선사해줬다. 선택지는 결국 같은 스크립트로 이어지는 것 같지만 그것들을 모아 끝에 플레이어의 성향을 타로카드 식으로 보여주고, 수집품을 도입해 수집가들의 본능을 자극하는 등 소소한 재미까지 잘 챙겼다.
반면에 조작이 엄청 불편했다. 그래도 로키와는 달리 한쪽 키보드에 전부 단축키를 모아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wasd로 움직이고 q로 아니마 조작을, e로 상호작용을 하고 shift로 뛰며 ctrl로 날개를 펼치고 스페이스바로 점프를 하는데 날개(컨트롤)을 펼치고 a혹은 d를 눌러 방향을 정한 다음 달리며(쉬프트) 뛰는(스페이스바) 것은 진짜 여태까지 한 게임 중 힘들었던 조작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게 한번 클릭해도 되면 그나마 쉬울텐데 컨트롤, 쉬프트, 방향키를 계속 꾹 눌러야하는 상황에서 타이밍에 맞춰 스페이스바를 누르는거다보니 쉽지가 않았다. 공장에서 타이밍을 맞춰 날개 달리기 점프를 해야 할 때는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왜 갑자기 점프 맵이 등장하는지… 후에 수집품을 위해 그곳을 다시 돌파할 때는 정말 울고 싶었다.
그렇지만 엔딩을 하나 본 후 포탈을 이용해 일정 분기로 이동시켜 놓친 수집품을 모을 수 있게 한 점은 칭찬해주고싶다. 원래 한번 엔딩을 보면 또 스토리를 반복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수집품을 넘기기 일쑤였는데 그 포탈 덕에 어찌저찌 수집품을 모두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스킵과 빠른 대사 넘기기는 좀 더 확실하게 명시하는 게 어떨까 싶다. 애니메이션은 스페이스바를 꾹 누르면 스킵이 된다는 것과 설정에서 빠른 대사 넘기기가 꺼져있어 따로 만져줘야한다는 것을 수집품을 모으면서 알았다. 사실 빠른 대사 넘기기는 2배속을 해도 내 입장에서는 답답했다. 애들이 워낙 말이 많아서… 아예 대사도 스킵 버튼을 만들어줬다면 좋았을텐데.
이 게임의 스토리에서 제일 안타까운 점은 서로 대적하는 본쿠와 피그가 앤을 끝까지 사랑했다는 점이다. 앤이 어째서 이 세계에 흘러들어왔는지를 생각하면 이 두 존재가 얼마나 값지고 사랑스러우며 반면에 둘 중 한명의 손만 잡아야하는 현실이 어찌나 안타까운지. 피그의 손을 잡았을 때는 본쿠와 앤이 껴안은 모습으로 크리스탈화가 되고, 본쿠의 손을 잡았을 때는 용서해달라는 앤에게 난 이미 너를 용서했다고 하는 피그의 대답이 유달시리 기억에 남아 더 가슴을 찡하게 했다.

잊혀진 많은 것들을 다루는 이 게임도 언젠가는 내 기억속에서 잊혀질테고, 나의 스팀 라이브러리에만 저장될지도 모른다. 2018년에 나온 게임이니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졌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그런가 마지막 도전과제의 제목이 계속 눈에 밟혔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글을 써 앤과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해본다. 먼 미래의 내가 이 글을 보고 다시 그를 떠올릴 수 있도록.
(여담이지만 이 게임은 츠미게가 아니라 최근에 한 스팀 할로윈 세일 때 산 게임이다. 다음 츠미게로 생각해둔 것은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였는데 그게 오빠의 스팀 라이브러리에 있어 오빠가 게임을 하고 있을 땐 내가 하지 못했고, 그 상황속에서 오빠가 최근 친구와 멀티 게임을 하는 데에 푹 빠져버렸기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았던 관계로 이 게임을 대신 하고 있었는데 하다보니 전부 다 깨버렸다(…). 할로윈 세일 때 그냥 라오루도 살 걸 그랬다.)